[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에 대한 고발로 촉발된 ‘스포츠 미투’가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체육계의 뿌리 깊은 병폐를 청산하기 위해 체육청을 신설하고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학계의 지적이 제기됐다.
삼육대 생활체육학과 이재구 교수(한국체육정책학회 회장)는 8일 서울 연세대 스포츠과학관에서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 주최로 열린 ‘체육계 개혁을 위한 스포츠와 미디어의 재검토’ 특별세미나 토론자로 나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이 교수는 “수많은 재능 있는 꿈나무들의 열정을 악용해 그들의 존엄성과 영혼을 훼손시키는 행위들이 우리 사회에 아주 오래전부터 만연해 있다”며 “이는 스포츠현장 뿐만 아니라, 문학계, 영화연극계, 사법, 정치계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뿌리 깊은 병폐”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최근 체육계에서 불거진 폭력 및 성폭력 사건들이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직편제를 언급하며 “문화정책과 체육정책을 함께 다루면서 전문성 논란, 과도한 업무 부하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또 담당 공무원의 잦은 교체로 인해 관리감독에 빈틈이 생겨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전문적으로 체육과 스포츠를 담당할 주무 부처로 ‘체육청’이나 ‘청소년체육부’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현재의 ‘국민체육진흥법’을 ‘스포츠기본법’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관련법 정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1962년 제정된 후 수없이 뜯어고친 국민체육진흥법은 누더기 법안으로, 오늘날 변화된 스포츠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모든 국민이 건강과 행복을 위해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예산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엘리트 체육 축소’ 목소리에는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영국 정부의 ‘플레잉 투 윈(Playing to Win)’과 일본의 ‘리딩 스포츠 네이션(Leading Sports Nation)’ 정책 등을 소개하며 “엘리트스포츠의 성공은 생활체육의 저변확대로 이어진다. 이를 바탕으로 또 다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배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덧붙였다.